프랑스 현대 시 155편 깊이 읽기 2

그리고 축제는 계속된다

오생근 지음

출판사 태국 복권 | 발행일 2023년 11월 16일 | ISBN 9788932042305

사양 양장 · 변형판 133x195 · 528쪽 | 가격 30,000원

책소개

프랑스 현대 시의 기원이 된 보들레르에서
침묵과 언어 사이에서 통로를 찾는 이브 본푸아까지,
20세기 위대한 시인들의 발자취를
충실하게 탐색하는 불문학자 오생근의 필생의 작업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삶을 다시 시작한다”
_폴 엘뤼아르

프랑스 문학사에서 최초의 현대 시인이라고 이야기되는 샤를 보들레르에서 침묵과 언어 사이에서 통로를 찾는 이브 본푸아까지, 프랑스 현대 시인 18명의 작품 가운데 155편을 엄선해 ‘깊이 읽기’를 시도하는 오생근 교수의 『프랑스 현대 시 155편 깊이 읽기』(총 2권)가 태국 복권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불문학자이자 문학비평가로서,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프랑스 문학과 이론을 한국에 소개하는 작업을 해온 저자의 평생 연구의 성과가 담겨 있다. 저자에 따르면 프랑스 현대 시인들의 예술가적 탐구와 ‘견자’의 시적 모험에 공감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적 언어의 진실과 아름다움에 투영된 그들의 열정과 고투의 발자취를 충실히 따라가기 위해서 쓰였다. 저자는 시를 읽는 즐거움과 해석적‧이론적 탐구의 욕구를 두루 만족시키는 균형 잡힌 시선으로 시행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검토하는 꼼꼼한 읽기를 시도하는데, 그러면서도 하나의 해석만을 고집하지 않고 또 다른 읽기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덕분에 세계와 시인과 독자가 텍스트 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155편의 시 프랑스어 원문과 번역문, 그리고 각각의 시에 대한 상세한 주해로 구성되어 있다. 원문과 번역문을 나란히 배치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했다. 1권 “결함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에는 샤를 보들레르(25편), 스테판 말라르메(20편), 폴 베를렌(11편), 아르튀르 랭보(29편)의 시가, 2권 “그리고 축제는 계속된다”에는 프랑시스 잠(5편), 폴 발레리(6편), 기욤 아폴리네르(9편), 쥘 쉬페르비엘(4편), 피에르 르베르디(4편), 앙드레 브르통(2편), 폴 엘뤼아르(6편), 루이 아라공(3편), 자크 프레베르(9편), 프랑시스 퐁주(4편), 앙리 미쇼(4편), 르네 샤르(4편), 이브 본푸아(7편), 필리프 자코테(2편)의 시가 실려 있다. 소장에 적합한 양장본으로 오래 곁에 두고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 책 속에서

바람이 인다!…… 어쨌든 살아야 한다!
거대한 바람이 내 책을 열었다가 다시 닫고,
하얗게 부서진 물결이 바위에서 솟구쳐 오르려 하는구나!
날아올라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수어라, 물결이여! 흥겨운 물살로 부수어라.
삼각돛들이 모이 쪼던 저 조용한 지붕을!
_86쪽(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발레리는 시에서 내용과 형식의 관계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분리한다면, 형식이 내용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작품은 작품 이전에 태어나는, 형식의 산물이다”라는 그의 말은 형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명상을 담은 「해변의 묘지」는 리듬이 먼저 떠올라 그것을 영감으로 받아들여 착수하게 된 작품으로서 형식이 내용을 이끌어간 경우이다. […] “내 머리에 느닷없이 떠오른 어떤 리듬, 즉 10음절 시구들을 발견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10음절의 유형은 19세기 프랑스 시인들이 별로 이용하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_89쪽(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세상에서 가장 순한 동물인
시인에게 친절히 대하세요.
우리에게 자기의 가슴과 머리를 빌려주고,
우리의 모든 불행과 동화된 모습의,
그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요.
형용사의 사막에서
그는 자기의 고통스러운 낙타를 타고
예언자들보다 앞서가지요.
그는 매우 정직한 사람이어서
불행과 불행의 무덤들을 찾아다니고
우리를 위해 자신의 불쌍한 몸을
까마귀에게 주는 착한 사람이지요.
그는 분명한 언어로 표현하지요
우리의 무한히 작은 것들을.
_206쪽(쥘 쉬페르비엘, <시인>)

또한 “순진한 사람들의 무도회”는 무엇일까? 여기서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순진한 사람들’과 관련하여, 그곳이 무고하게 죽은 사람들의 묘지가 있었던 곳일 뿐 아니라 중세 때 그곳에서 살았던 유명한 연금술사 니콜라 플라멜의 이름을 붙인 광장이 있으며, 그 광장의 한복판에는 16세기 식으로 물의 요정들을 장식한 형태의 분수가 있다는 것이다. ‘무도회’는 프랑스의 모든 광장이 그렇듯이, 혁명 기념일(7월 14일)에 시민들이 모두 나와 초롱불 밑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러므로 그녀의 “화약” 같은 불의 존재성과 무도회에서의 불의 이미지가 분수의 물과 결부되어 연금술적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의 연금술사에게 물과 불이 대립된 두 요소가 아니었듯이, 초현실주의적 상상력에서도 그들이 하나인 것은, 이미 『나자』에서 ‘방황하는 영혼’의 나자가 물과 불이 같은 것이라고 말했던 부분에서 거듭 확인되는 점이기도 하다._243~44쪽(앙드레 브레통, <해바라기>)

파괴된 내 안식처 위에
무너진 내 등대 위에
권태의 벽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삶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자유여.
_282쪽(폴 엘뤼아르, <자유>)

바타유가 프레베르의 시를 시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역설이다. 그는 프레베르의 시가 모든 세속적 가치를 부정하고, 고상한 것을 비천한 것으로 만드는 점에서, 다시 말해 반反시적인 작업을 통해 거짓과 위선을 폭로하는 시의 본래적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진정한 시가 되었다고 단언한다. 프레베르의 시는 “단순히 즐거운 웃음을 자아내는 매력을 넘어서서 우리의 정신을 놀라게 하는 마법의 매력”을 보여준다. 그는 의도적으로 ‘좋은 시’나 ‘재미있는 시’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어떤 시를 쓰건, 계획이나 계산이 배제된 그의 시는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건, 그의 자유로운 상상력의 산물이건, 반反시적이다. 그는 결국 20세기 프랑스 시에서 그 어떤 시인과도 다른 개성적인 관점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자기의 개성적인 목소리를 갖는 시인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_383쪽(자크 프레베르, <행렬>)

첫 문단에서 화자는 “옹플뢰르 선창가”에서 “10시간쯤 머물렀다”고 말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 머물렀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가 서술되지 않는다는 점이 우선 특이해 보인다. 둘째 문단에서도 “요컨대 내가 거기서 보낸 시간에 비해서 기억나는 일은 별로 없었다”는 점도 이상하게 생각된다. [……] 셋째 문단에서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수평선의 신비로운 광경이 외부의 현실이 아니라 내면 세계에서 발현되었다는 화자의 진술을 보여주는 대목이 나온다. 이것은 결국 외부의 현실과 내면의 현실을 구별하지 않으려는 시인의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넷째 문단에서 “그 광경이 나에게서 나온 이상” “그 수평선을 내 안으로 들여놓을 준비를 했다”는 것은, 수평선을 손수건이나 지갑 같은 사물로 생각해서 주머니에 집어넣듯이 화자의 내면 속으로 들여놓겠다는 발상이어서 매우 흥미롭다._439~40쪽(앙리 미쇼, <투사>)

본푸아는 ‘개념le concept’을 적대시한다. “개념은 죽음이 없는 진리를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에게 죽음이 없는 듯한 세계의 논리성을 부과하지만, 이것은 거짓이고 위선이다. 또한 개념은 감각적 현실 세계를 사라지게 한다. 진정한 실재le réel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개념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본푸아의 시에서 개념은 ‘현존la présence’과 대립된다. 그에게 ‘현존’에 도달하는 방법은시의 언어밖에 없다. 현존은 감각적이고, 실질적이고, 초월적이다. ‘현존’의 시는 ‘개념’과 싸우면서 죽음의 인간을 일으켜 세우는 작업이다. “개념에 대한 투쟁이 본푸아의 지속적인 관심사”인 것이다._479~80쪽(이브 본푸아, <참다운 이름>)

목차

■ 차례

[2권: 그리고 축제는 계속된다]
프랑시스 잠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 식당 | 고통을 사랑하기 위한 기도 | 당나귀와 함께 천국에 가기 위한 기도 | 빗방울 하나 마른 잎을 두드리네……

폴 발레리
실 잣는 여인 | 띠 | 발걸음 | 잠자는 숲에서 | 플라타너스에게 | 해변의 묘지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마리 | 황혼 | 아듀 | 병든 가을 | 5월 | 여자들 | 라인강의 밤 | 구역

쥘 쉬페르비엘
순종 | 죽은 시인을 위해서 | 둘러싸인 저택 | 시인

피에르 르베르디
오래된 항구 | 돌담 | 밤의 원무 | 봄의 빈자리

앙드레 브르통
해바라기 | 나는 돌아온다

폴 엘뤼아르
여기에 살기 위하여 | 네 눈의 곡선이…… | 우리 둘이는 | 올바른 정의 | 자유 | 우리의 삶 | 나는 너를 사랑한다 | 루이 아라공 | 엘자의 눈 | 세 다리 | 한 사람이 집 앞을 지나가며 노래한다

자크 프레베르
그리고 축제는 계속된다 | 장례식에 가는 달팽이들의 노래 | 절망이 벤치에 앉아 있다 | 내 사랑 너를 위해 | 열등생 | 깨진 거울 | 바르바라 | 행렬 | 고래잡이

프랑시스 퐁주
굴 | 빵 | 생선 튀김 요리 | 고리바구니

앙리 미쇼
어릿광대 | 거대한 바이올린 | 투사投射 | 태평한 사람 | 르네 샤르 | 바람이 머물기를 | 소르그강 | 자크마르와 쥘리아 | 내 고향 영원하기를!

이브 본푸아
참다운 이름 | 참다운 몸 | 하나의 돌 | 오렌지 밭 | 나무, 램프 | 폐허의 새 | 저녁의 말

필리프 자코테
조용히 있어라, 일이 잘되어갈 테니 | 겨울의 태양

작가 소개

오생근 지음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1983년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소설 3부작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어 평단에 나왔다. 저서로 『삶을 위한 비평』 『현실의 논리와 비평』 『그리움으로 짓는 문학의 집』 『문학의 숲에서 느리게 걷기』 『위기와 희망』『프랑스어 문학과 현대성의 인식』『초현실주의 시와 문학의 혁명』 등이 있으며, 대산문학상, 우호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 불문과에 재직했으며, 지금은 명예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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